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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속 신무기 - 獨 판저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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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군 전차가 우리 참호 앞으로 다가왔다. 참호에는 수십 명의 전우가 있었으나 저 괴물들을 쫓아 버릴 방법이 없었다. 모두들 이제 죽었다는 절망감에 빠졌다. 혹시라도 전차의 좁은 총안구 속으로 총알이 들어가기를 바라는 헛된 기대 속에 총을 쏘기도 했다.’

1944년 2월 동부전선 체르카시 포위망에 갇혀있다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벨기에 출신 레옹 디그렐 독일 발로니엔 친위대(SS) 의용병 사단장의 회고다. 그의 회고담에는 전차를 상대하는 보병의 공포와 판저 파우스트(사진)의 위력이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그때 저쪽에서 기진맥진한 병사 두 명이 뭔가를 메고서 우리 참호 쪽으로 다가왔다. 누군가 외쳤다. “판저 파우스트다.” 판저 파우스트 2정이면 소련군 전차 2대를 박살낼 수 있다. 누군가 급히 달려나가 판저 파우스트를 빼앗아 전차 쪽으로 달려갔다. 전차를 조준하는 동안 우리들의 주의도 온통 그곳에 쏠려 있었다. 잠시 후 폭음과 함께 2대의 소련군 전차가 불타올랐고 그 광경을 보던 중위 하나가 참호 밖으로 뛰쳐나가 미친듯이 모자를 흔들면서 환호했다.’

판저 파우스트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보병이 전차에 대항할 수단은 제한돼 있었다. 대전차 총으로 전차의 외부 감시창을 노리거나 전차에 육박해 화염병, 집속수류탄을 던져 넣어 적 전차의 격파를 노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비상 수단일 뿐이었다.

이런 한계를 떨쳐 버린 신무기가 대전차 로켓이다. 대전차 로켓은 먼로-노이만 효과의 산물인 성형작약탄(shaped charge ammunition)을 이용한다.

먼로 효과란 작약에 홈을 두면 폭발로 발생한 에너지가 흩어지지 않고 원추형 공간의 중심으로 집중되는 현상이다. 노이만 효과란 여기에 금속재 라이너를 끼워 넣어 순간적으로 초속 6000m 이상의 메탈제트를 분출, 관통력을 늘릴 수 있는 현상이다.

성형작약탄은 먼로-노이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라이너를 붙인 탄환으로 같은 구경의 일반적인 유탄에 비해 높은 관통력을 가진다. 특히 포구 초속과 무관하게 사정거리 내에서 동등한 관통력을 갖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초창기의 대전차 로켓은 소규모 보병부대가 운용하기에는 크고 무거웠으며 기동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1942년 휴고 슈나이더 AG사(HASAG)가 개발한 무게 9㎏급의 경량형 대전차 로켓이 바로 판저 파우스트다. 약간 이른 시기에 미국에서 배치한 바주카포도 유사한 무기였지만 관통력 등 전반적인 성능은 판저 파우스트가 우수했다.

또 한번 사용하면 재사용이 불가능한 일회용이지만 그만큼 구조가 간단해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수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 판저 파우스트의 또 다른 장점이었다.

최초의 판저 파우스트는 1943년 7월 처음 생산됐으며 전쟁 중 사거리와 관통력을 향상시킨 개량형이 계속나왔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도합 670만 정이 생산된 판저 파우스트는 연합국의 압도적인 전차 전력에 대항하는 독일군 보병들의 듬직한 철퇴로 활약했다. 판저 파우스트는 현용 대전차 로켓인 러시아 RPG 시리즈와 독일 판저 파우스트3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무기 개발 역사에도 큰 영향을 남겼다.

< 우보형 전사연구가 >

< 출처 : 국방일보, 2006. 2. 27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2-27 01:27:30 프린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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