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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속 신무기 - 유도폭탄 프리츠-X


표적에 정확히 명중하는 유도 폭탄은 공포스러운 무기다. 일단 투하되면 바람과 중력, 그리고 행운에 명중 여부를 맡겨야 하는 일반 폭탄과 달리 유도 폭탄은 투하 뒤에도 스스로, 혹은 외부 조종을 받아 진로를 수정하면서 목표를 정확히 타격할 수 있어 스마트 폭탄이라고도 부른다.

베트남전쟁 당시 탄호아 철교 폭격과 걸프전쟁 첫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정밀 폭격의 유명세 때문에 흔히 유도 폭탄을 미국이 처음 만든 무기로 생각하지만 유도 폭탄을 처음 만든 나라는 독일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개발한 장갑 목표 타격용 프리츠 - X와 일반 목표 타격용 Hs293이 역사상 최초의 유도 폭탄이었다.

유도 폭탄이 실전에 첫선을 보인 장소는 1943년 이탈리아였다. 1943년 9월9일 오전 3시, 이탈리아 해군의 최신형 만재 배수량 4만5000톤의 비토리오 베네토급 전함 3척은 모항인 라 스피차를 출항했다. 당시 이탈리아는 독일과의 동맹을 파기하고 비밀리에 연합군과 휴전을 한 상태. 만의 하나 있을지도 모를 독일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전함을 출항시킨 것이다.

이탈리아 측 전함을 공격하기 위해 독일군은 Do217K - 2 폭격기 15대를 발진시켰다. 폭격기에는 한 발의 프리츠 - X가 장착돼 있었다. 프리츠 - X는 독일 항공연구소의 막스 크라머 박사 연구팀이 장갑으로 보호된 표적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한 길이 3.3㎝, 무게 1570㎏급의 유도 폭탄이었다. 폭탄에 폭 1.35m의 날개(주익)·조절판·꼬리날개(미익)·유도 장치와 불꽃 신호기 등을 추가로 부착, 폭탄을 투하한 후에는 폭격기에 탑승한 조작원이 불꽃 신호기로 유도 폭탄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무선 원격 조정으로 낙하 궤도를 수정해 목표에 명중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오후 3시30분 독일 폭격기들은 보나파시오 해협을 통과하는 이탈리아 함대를 포착, 한 발의 프리츠 - X를 투하했다. 첫 번째 폭탄은 전함 비토리오를 살짝 빗나가 방향타에 약간의 손상을 입혔다.

이탈리아 승무원들은 80도 각도로 진입하는 통상적인 폭탄과 달리 프리츠 - X는 60도 경사로 진입한데다 원거리에서 투하됐기 때문에 독일의 행동이 단지 위협용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격침을 목표로 한 폭격 치고는 너무 이상한 방식으로 폭탄이 투하됐기 때문이다.

15분 뒤 다시 한 발의 프리츠 - X가 전함 로마를 향해 날아왔다. 그제서야 독일군의 행동이 적대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탈리아 함대가 대공포를 발사하기 시작했지만 때는 늦었다. 지그재그로 회피 기동 중이던 전함 로마의 오른쪽에 프리츠 - X가 작렬했다.

폭탄은 선체를 모두 관통한 뒤 바다와 격돌하며 폭발했다. 5분 뒤 두 번째 프리츠 - X가 로마의 2번 주포탑 부근에 명중했다. 전방 탄약고로 불이 번지며 불길과 연기가 1000m 상공까지 솟아오르는 커다란 폭발과 함께 2번 포탑과 함교 구역이 하늘로 튀어 올랐다.

결국 전함은 우측으로 기울다가 오후 4시쯤 두 제독과 86명의 장교, 1264명의 수병과 함께 두 동강난 채 뒤집히며 침몰했다. 단 세 발의 프리츠 - X가 최신형 전함 1척을 격침시키고 다른 한 척을 항행 불능에 빠뜨린 것이다.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혁신적 신무기인 유도 폭탄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순간이었다.

< 우보형 전사연구가 >

< 출처 : 국방일보, 2006. 2. 1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2-13 01:17:04 프린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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