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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군사문화재 순례 - ‘화성성역의궤’


총 길이 5743m에 달하는 수원 화성(華城)은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됐을 만큼 문화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위대한 건축물이다. 하지만 수원 화성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상당 부분 파괴됐다.

현재 남아 있는 화성의 건물 대부분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복원된 것일 뿐 정조 대왕 당시에 지어진 원래 건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성이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사진)라는 책 덕분이다.

연인원 70여만 명의 인력이 동원되고 80여만 냥의 비용이 투입된 화성 건설 공사의 종합 보고서가 바로 ‘화성성역의궤’다.

‘화성성역의궤’는 화성의 설계도와 건축 과정, 투입 예산, 건축에 투입된 인력들의 신상 명세 등을 자세히 기록한 일종의 건설백서다. 이 책을 통해 원래의 건설 의도와 건물 복원의 정확성을 검증할 수 있었던 덕에 화성이 무난하게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나라의 큰 행사가 있으면 그 내용을 자세히 기록, 책자로 간행했는데 이를 의궤(儀軌)라고 불렀다. 왕실의 결혼식, 회갑연 같은 잔치는 물론이고 궁궐 건축, 장례 절차 등 주요 행사가 있을 때는 어김 없이 의궤가 작성됐다.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가 강화도 외규장각에 약탈,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서적들도 대부분 이 의궤들이다.

화성 건설은 왕실 행사로 보기 어려운데도 의궤가 만들어진 것은 국왕 정조의 각별한 의지 때문이었다. 수원 화성은 국왕 정조가 수도 이전을 염두에 두고 심혈을 기울여 건설한 성곽이었다. 더구나 국왕 정조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수원 화성의 건설 과정을 투명하게 백성들에게 공개하고 싶어 했다.

국왕 정조가 “화성 건설에 투입된 예산이 80만 냥이나 되는 막중한 것이니 티끌만큼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나의 뜻이다”며 “의궤를 간행해 만민들이 건설 과정을 환히 알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던 것은 ‘화성성역의궤’의 편찬 의도를 잘 보여 준다.

‘화성성역의궤’는 수원 화성 건설이 마무리된 1796년 9월 편찬 작업을 시작, 1801년 9월에 정식으로 간행됐으며 오늘날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돼 있다. ‘화성성역의궤’는 성곽 축조와 직접 관련된 권 1~6의 원편(原編)과 행궁 등 부속 건물과 관련된 부편(附編)으로 구성돼 있다. 책의 제일 앞부분인 권수(卷首)에는 수원 화성의 전체 모습과 각 구조물들의 그림을 게재하고 있다.

권 1~3까지는 성곽 건조와 관련된 임금의 명령과 신하들의 보고·건의, 관련 저술과 행사 내용, 관계 부서의 공문서 등을 집대성하고 있다. 권 4는 공사 규정, 성곽 건조에 참여한 장인들의 명단과 소속 등을 밝혔다. 권 5·6은 사업에 투입된 비용을 실었다.

책 내용의 자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업 비용과 관련된 항목을 보면 심지어 인부 김큰놈(金大老味)이 팔달문에서 며칠간 어떤 일을 하고 일당을 얼마 받았는지도 기록하고 있다. 오늘날 공사보고서나 건설백서보다 더 상세하고 철저한 기록 정신을 보여 주고 있는 것. 위대한 건축물인 화성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완벽한 건설보고서가 바로 ‘화성성역의궤’라고 할 수 있다.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기자, 2006. 2. 7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2-07 18:37:38 프린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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