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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속 신무기 - 트라이림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고대 로마가 그러했고 바이킹이 그러했으며 스페인이 그러했다. 18세기 이후 영국은 오대양의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는 제국을 건설했다. 현재는 막강한 해군력을 갖춘 미국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해양 지배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검증해 보인 고대 국가는 바로 그리스의 도시 국가 아테네였다. 기원전 480년 그리스와 페르시아가 지역 패권을 놓고 다투었을 때 아테네를 주축으로 한 그리스 해군은 압도적 전력 격차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 해군을 대파했다.

승리의 원동력 중 하나는 그리스 해군의 주력 군함 트라이림(Trireme·사진)이었다. 3단의 노를 갖춘 갤리선(Galley)의 일종인 트라이림은 선수에는 예리한 충각(Ram)을 갖추고 선미는 물고기 꼬리 모양으로 만들어 전체적으로 우아하면서도 사나운 물고기 같은 형상이었다.

그리스가 총 380척이나 건조한 이 신형 군함은 기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170개의 노를 3열로 배치했으며 길고 폭이 좁은 선형을 취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배는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기동성과 충격력을 보유, 페르시아의 군함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특히 선수 하부에 설치된 예리한 충각을 이용, 단 한 번의 충돌로도 적 군함의 선체에 구멍을 뚫고 격침시킬 수 있었다. 한마디로 트라이림은 고대 서양 선박 기술의 최고 정점에 서 있는 군함이었다.

페르시아군은 지상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살라미스 해전의 패배로 인해 제해권을 상실, 서둘러 회군해야만 했다. 이후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한 그리스의 아테네는 로마제국이 등장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지중해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역사적 해전의 무대가 된 곳은 살라미스 섬과 아티카 사이의 해협으로 폭이 2~3㎞에 불과할 만큼 좁았고 해류의 변화가 무쌍해 페르시아 해군의 장기인 밀집 대형 전술이 어려운 곳이었다.

750척의 페르시아 함대는 9월29일 아침 그리스 함대를 격멸하기 위해 출동했다. 페르시아 함대는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그리스 함대를 덮쳤지만 좁은 해협을 통과하느라 전열이 흐트러졌다. 그 틈을 타 그리스 해군의 격렬한 반격이 시작됐다. 페르시아 함대가 뒤엉켜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 그리스의 트라이림은 빠른 속도로 돌진해 적함의 노를 부러뜨리고 단단한 충각을 이용, 적함의 좌우 측면을 들이받았다. 트라이림들이 최고 속력으로 돌진, 충돌할 때마다 페르시아 해군의 군함 선체에는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구멍이 뚫렸다.

7시간의 격전을 통해 페르시아 해군은 200척의 함선을 격침당하고 비슷한 숫자의 함선을 그리스 해군에 포획당하면서 이 해전은 막을 내렸다. 반면 그리스 함대의 피해는 40척에 불과했다. 이듬해 여름 자신감을 얻은 그리스 해군은 원정에 올라 나머지 페르시아 함대를 완전히 격파하고 제해권을 장악함으로써 그리스의 안녕과 번영을 보장할 수 있었다.

만약 당시 그리스에 트라이림이 없었다면 살라미스 해전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고 고대 그리스·로마의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수적 열세를 초월하는 뛰어난 성능의 트라이림은 전사의 승패를 뒤바꾼 신무기였다.

< 계동혁 전사연구가 >

< 출처 : 국방일보, 2006. 2. 6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2-06 01:31:20 프린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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